『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책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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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는 새로운 주거 형태를 보여 주는 김하나, 황선우 작가의 에세이입니다.
김하나 작가와 황선우 작가는 꽤 오래 각자의 싱글 라이프를 즐기며 살아왔지만 살아갈수록 혼자 살아서 누리지 못하는 것들이 아쉬웠고, 많은 생각 끝에 각자 키우던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한집에 살기로 결심하게 됩니다.
저자인 사람 두 분은 이러한 형태를 혼자도 아니고 결혼도 아닌, 조립식 가족이라고 표현합니다.
고양이 두 마리와 사람 두 명이 한집에 살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두 사람 각자의 시선으로 엮은 책입니다.
이제껏 본 적 없는 삶의 방식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많지만, 아직도 사회적으로 정석이라고 여겨지는 길로 당연히 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은 것 같습니다. 때가 되면 졸업하고 취직하고 결혼하고, 결혼 이후의 삶은 출산·육아가 세트인 것처럼 여기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때'라는 것은 모두 제각각이고 이것들은 세트가 아닌 별개라고 생각합니다.
셰어하우스의 개념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연인이나 가족끼리가 아니더라도 집을 공동으로 매매하여 산다는 것은 아예 머릿속에서 배제되어 있는 경우가 많죠. 혼자 사는 것도 물론 좋지만 혼자이기 때문에 하지 못하는 것들도 참 많아 종종 어려움을 겪습니다. 집값도 그중 한 문제고요.
혼자 살기는 싫은데 가족으로부터 독립은 하고 싶고 결혼할 생각도 없다면, 이 책의 저자들처럼 사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이외에도 다양한 삶의 방식들이 더 나올 수도 있을 거예요.
이렇게 아직 보지 못했던 주거 형태를 보면서 처음에는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사실 들여다보면 역시 사람 사는 것 다 똑같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소한 집안일에서부터 집에서 어떻게 입고 돌아다니는지 등등 서로 자신의 리듬에 맞추어 살아오던 사람들이 타협점을 찾으면서 동거인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이 굉장히 공감되고 재미있었어요.
다양한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더 이상 사회의 고전적인 틀에 맞추어 살지 않게 되면서 삶의 형태, 주거 형태도 점점 더 개성 있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가족'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이 에세이가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 같아 읽으면서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었어요! 요즘 현대인들이 궁금해할 만한 트렌디한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와 가장 잘 맞는 라이프스타일은 뭘까
"20대 때의 나, 그러니까 때가 되면 밥을 먹듯, 졸업하면 취직하듯 결혼도 그렇게 하는 거라 믿었던 예전의 나 같은 사람들이 꽤 많은 것 같다. 그들의 특징은 자신의 성격이 결혼 생활에 잘 맞는지 혹은 자신이 살고 싶은 방식이 정말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생활이 맞는지 고민해보지 않는다는 거다."
'나'에게는 어떤 직업이 맞을까. 어떤 사람들이 맞을까. 어떤 생활 방식이 맞을까. 살아가면서 나에 대해 고민하며 내가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을 결정합니다. 여기에는 '주거'의 문제가 깊이 관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 돌아보면 그동안 누구와 어디에서 어떻게 살지는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게 신기하게 느껴졌어요! 막연히 혼자 있는 시간을 너무 좋아하니까 몇 년 뒤 독립해서 혼자 살고 있지 않을까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당사자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나니 시야가 한층 넓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취존이라는 말이 있듯이 각자의 생각을 존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입장의 이야기를 듣는 게 굉장히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본문을 읽으면서 특히 재미있었던 부분 중 하나는 미니멀리스트와 맥시멀 리스트에 가까운 두 사람이 같이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내용을 읽기 전에는 그렇게 극과 극의 소비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함께 살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요. 한 부분이 안 맞는다고 다른 부분들까지 모두 안 맞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죠.
성격이나 취향 같은 나머지 부분들이 너무 잘 맞기 때문에 안 맞는 부분쯤은 결국 타협점을 찾아 맞춰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택시 태워 보내지 않고 정말로 집 앞에서 헤어지는 사이라니, 한 마을에 사는 옛날 사람들처럼 정다웠다. 시골에서 올라온 감자와 양파는 카레가 되어 동네에서 나눠 먹고, 한 주의 일을 끝낸 동네 사람들은 자연스레 만나 서로의 등을 두드려준다. 서로의 고양이와 강아지를 돌보고 작은 것들을 챙겨준다. 인생의 좋은 시절을 함께 보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글귀들을 보면서 부럽다는 감정과 함께 자연스레 대학가에서 처음 친구와 자취방을 계약해 같이 살던 때가 기억났습니다.
비록 감자와 양파와 카레가 오가지는 않았지만, 같이 이야기만 해도 즐거운 친구들이 모두 도보 10분 이내 근처에 살고 있다는 것. 밤새 떠들고 놀거나 함께 과제를 하다가도 각자의 집 앞에서 배웅해주며 헤어질 수 있다는 것. 서로 잊은 것 없는지 챙겨주고 안 보이면 전화 걸어주는 것은 그래도 비슷한 것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지금은 각자의 생활로 돌아가거나 새로운 길을 가느라 흩어지는 중이지만 여전히 그때가 가장 깊이 기억에 남는 그리운 순간인 것 같아요.
이 책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이유는 아무래도 내가 처음 보는 가족의 형태였다는 것이었는데요.
예능 '나 혼자 산다'만 봐도 알 수 있는 1인 가구의 증가라던지 비혼 주의 등은 이제는 너무나 흔한, 주위에서 보기 어렵지 않은 일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나는 친구와 함께 살 생각은 진지하게 해보지 않았는지. 정말 재미있어 보이고 충분히 실현 가능해 보였어요.
그래서 책 제목만 보았을 뿐인데 읽기 전부터 기대가 되었고 작가님들의 필력 때문인지 책을 덮을 때까지 흥미롭게 읽었던 책입니다.
읽는 내내 저렇게 든든한 짝꿍 하나만 있어도 정말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요.
1인 가구는 점점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 더욱 그렇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실제로 사는 모습은 법이나 제도, 관념보다 빠르게 변한다. 직장 한 군데를 정년까지 다니며 하나의 직업을 평생 고수하던 고용과 노동의 패러다임이 허물어진 것처럼, 아마 혼인이나 혈연으로 연결된 전통적인 가족의 형식에 들어맞지 않는 가구의 모습들이 늘어날 거다.
혼자의 삶은 물론 좋다. 더불어 둘 혹은 셋의 삶도 좋다. "기운 빠지는 하루의 끝에 나를 다독여 여전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확인해주는 누군가"를 발견한다면, 그것이 동성이든 이성이든 반려동물이든, 그런 존재가 이 세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위안을 받지 않을까.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모든 이들이 본인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맞춤한 답을 발견하기를. 그리고 그 답은 세월이 흐르면서 변할 수밖에 없기에, 그저 지금 자신이 두 발을 딛고 서 있는 그곳에서 자신에게 가장 좋은 답을 발견하기를. 그 과정에서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면 실제로 행동에 옮긴 여자 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두 작가가 있다는 것을 떠올려주었으면 좋겠다.
- 출판사 서평 中
"혼자를 잘 챙기는 삶은 물론 바람직하고 존경스럽다. 그러나 역시 남에게 해주는 기쁨을 누리는 삶이 더 재미있고 의욕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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